2. 두 번째 패러다임, 산업혁명
- 기계론적 과학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다.
거반 육천년에 이르는 농경사회 패러다임은 18세기에 이르러 산업혁명을 맞이한다. 산업사
회의 기반은 단지 산업혁명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며, 당시 시대철학을 반영한다. 즉 뉴턴
의 물리학적 과학관이 기반이 되어 인간이 자연을 예측, 분석 지배할 수 있다는 견해하에
인간은 자연에서 떨어져나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기반으로 하는 고도소비사회를 구성하
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에서의 사회가치는 자본과 기술에 근간을 두게되며, 자본주의라는 구조아래 전
세계는 제국주의적 전쟁에 휘말리게 된다. 즉 이제는 자본의 잠식과 노동력의 확보를 위해
식민지확보가 지상과제가 되었으며, 바로 세계전쟁이란 먼저 식민지 확보에 우선권을 갖은
영국과 프랑스가 후발로 식민지를 확보하려는 일본과 독일에 대한 우선권을 지키기 위한 싸
움이였다.
산업혁명의 시대에 인간의 문화는 인간을 소외한 소유가 인간가치를 결정한다. 다시 말하
면 인간의 중심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차를 가지고 있느냐? 얼마나 좋은 집에 살며, 어
떤 사회부류에 속해 있느냐? 얼마나 교육을 받았느냐? 하는 것들이 인간의 가치를 결정 짓
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물질중심의 사회는 반목과 투쟁을 유발하고 냉전이라는 이름아래 엄청난 희생을 치
뤄야 했다. 과학이 우주원리를 정복할 수 있다는 뉴턴적 과학관의 극치는 히로시마에 떨어
진 원자폭탄으로 상징할 수 있다. 논리만 있으면 자연을 지배할 수 있겠다는 기술주의 사고
는 급기야 인간의 도덕과 정신구조 마저도 마비시키고 변질화 시켜서 대량학살의 기술을 전
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 세계적인 대학이 되고 (MIT나 스텐포드와 같은 대학은 2차 대전
의 군사기술을 연구하는 자금의 기반으로 세계적인 대학이 되었다) 존경과 사회의 권력을
재창출하게 된 것이다.
코카콜라 문화와 헐리우드의 자극적인 문화생산공장이 전세계 젊은이의 철학의 기조가 되
고 있다. 자본의 회오리는 민족간의 다양한 문화도 말살시키고, 종족간의 특수한 문화도 무
시하며 자본을 쥔 백인의 우월감만 북돋게 하며, 어떻게 하면 좀더 백인과 같이 되어서, 또
는 그러한 흉내를 내어서 나도 세계화의 조류를 탈 수 있을까만 궁리하게 한다. 1860년을
전후하여 일어난 일본의 명치유신(Meiji Restoration) '탈아입구脫亞入歐'의 슬로건은 열등한
아시아족에서 탈피하여 자본을 쥔 구미세력의 일부가 되려는 일본의 국가적 합의이다. 일본
은 사회전분야에 걸친 합의를 바탕으로 과거 일본의 모든 전통을 백지화하고, 정치, 경제,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서구를 모방했다. 일본은 전쟁무기를 필두로 하는 기술Technique의
도입과 제국주의의 룰이 되는 국제법의 학습에 총력을 다하여서 서구화에 성공하여 불과 몇
십년 후인 1910년에는 일본도 한국이라는 식민지를 가지게 된다. 일본은 이러한 사회혁명에
성공하여 근래에 이르는 백수십여년의 기간동안 실지로 아시아의 헤게모니를 쥐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성공에 힘입어 백인이 무시 못할 유일한 유색종족이 되었다.
지금의 한국은 어떤가? 젊은이가 다들 부러워하는 군상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TV가
기른 젊은 세대의 가치관은 어떤 것이냐? 한국의 미인대회에 나오는 젊은 미인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이냐, 아니면 시대의 변종이냐? 저마다 TV라는 대형을 따라서 바지를 찢어
입고 똑같은 브랜드의 옷을 사 입고 흉내내기를 한다. 바로 코카콜라 문화의 대중쇄뇌활동
이다. 광고는 마치 화인처럼 젊은이의 뇌리에 박혀서 그것을 떠나서는 자발적인 사고를 펼
칠 수 없다.
산업사회 이전, 즉 주도적인 문화의 헤게모니가 없이, 각 나라는 자신의 문화를 제각기 발
달시키고, 각 개인 역시 개개의 삶을 꾸려나갈때, 자연은 보다 인간과 어울어 졌으며, 인간
은 함께 살아가는 덜 현대적이지만 보다 지혜로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대량의 획일화되는 문화권 아래서 이제 대중은 매체에 의해 생산된 비슷한 가치관
을 지닌, 마치 공장에서 생산되는 똑같은 모양의 '대중'이라는 고분고분한 인형과 같다. 이러
한 현상은 초고속으로 현대화를 추진해온 일본과 한국에서 더 두드러진다. 더욱이 전체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요구했던 유교적 사상의 기반으로 동양에 있어서 개인의 색은 찾아보기
힘들 만치이다.
이러한 획일 사회에서 인간의 기능은 생산력향상에 있지, 새로운 창의력이나 상상력 따위
로 주도적인 헤게모니에 대항하는 일은 거세되었다. 흰 와이셔츠에 단정한 사회인을 양성하
는 것이 바로 대학의 역할이며, 보다 획일화된 인간상으로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기업
의 철학이며, 대중의 말초적인 요구를 해소하고 생산력이외의 요구를 잠재우는 것이 국가
경영이였다.
지금까지 의문 없이 성실히 지켜왔던 법과 질서와 사회가치의 바탕은 이러한 시대 이데올
로기를 대변한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 질문하지 않고 무조건 뛰어왔다. 눈떠보니 옆사람이
뛰고 있기에, 무조건 그 보다 빨리 가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어떻게 하면 더빨리 뛸까를 궁
리하며 뛰어왔다. 우리가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얼마나 모순된 부조리 속에서 만들어져온
것인가?
아침 출근길에 양복에 운동화를 신고, 베낭을 메고 가는 사람을 보았다면 지금 당신은 어
떤 생각을 할 것인가? '좀 이상한 사람이군' 또는 '웃기는 군' 좀 더 심하면 '돌았군', 그렇지
만 그가 이상하다는 가치판단의 기준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이냐? 단지 남들과 다르다는 이
유만으로 그는 당신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이 옳은가? 이상하게 보인 사람은 미국에서 얼마든
지 볼 수 있는 합리적인 인간상이다. 직장으로 가서 구두로 갈아 신고 손님을 맞이하고 편
하기 때문에 베낭을 메고 있고, 때론 롤러브레이드로 출근하기도 한다. 그 사회속에선 당신
은 어떤 모습으로 비칠 것 같은가?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사회가치의 근본에서 숱한 모순이 발견되었다. 이제 까진 죽자고 뛰
어서 여기까지 왔다. 갈 때까지 간 모순의 벽에 부딪쳐 있다. 이제는 어디로 가야하느냐?
3. 새로운 패러다임, 정보혁명
- 온전함으로의 복귀. 다시 하나가 되다.
이미 전쟁은 시작되었다. 1, 2차 대전이 자국의 부를 위한 영토확장 전쟁이였다면, 3차 대
전은 문화를 폭탄으로 하는 인간정신의 전쟁이다. 더 이상 전쟁으로 인한 종속이 그나라 민
족문화를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콜라 맛에 물든 사람이 콜라 없이 음식을 먹지 못하듯이 자
본을 바탕으로 한 매체의 침략은 TV와 영화 그리고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사람을 규격화,
세뇌시키고 있다. 어느새 우리의 가치관은 서구적이며 백인적인 문화를 선호하고 있다.
산업 패러다임의 구조 내에서는 자본과 기술이 가치창출의 기반 이였다면, 정보의 패러다
임에서는 바로 정보와 기술이 가치창출의 기반이 된다.
헐리우드에서 제작된 대규모 블록버스터 무비에 물든 대중은 더 이상 유럽이나 제3세계 국
가의 예술품들을 감별할 촉각을 잊었다. 점점 더 단순해져 가는 스토리에, 극대화되어 가는
컴퓨터 효과와 마치 오락을 하는 듯한 속도와 파괴의 체험이 영화의 테마가 되었다. 그것들
이 인간의 인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 과연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져주느냐? 혹은
영화의 가치가 그저 즐거움을 주는 엔터테인먼트의 가치만 있으면 되지 무슨 사회가치나 인
류에의 메시지가 필요한가 물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러한 문화의 수출로 돈을 벌어 자
국의 부를 축척하고, 또 세뇌된 전세계인을 상대로 그 부를 영원히 재창출한다는 막대한 이
득이 있겠지만 우리 나라와 같은 작고 돈도 없는 나라에서 그나마 창출되는 부의 대부분이
또다시 공룡과 같은 미국에게 바치며, 그들의 문화와 그들의 영웅에 박수친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Box Office에 탑을 차지한, 고질라와 딥임팩트, 아마게돈,, 은 모두 지구의 위기상황에
서 미국이 백인이 세상을 구한다. 헐리웃 영화의 단편이지만, 동양인의 입지란 수퍼마켓 주
인 이상이 아니다. 도대체 그들의 사고에 동양이란 열등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너무 민족주의적 편견이지만 그 외에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이렇다. 미국으로 대변되는 기
존의 물질주의가 과연 인류에게 어떤 방향을 제시했는가를 되짚어 보아야 한다. 과연 인류
를 이끌 방향이 그러한 물질주의적 사고인지 다시 묻는다. 아니다.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공
정한 비판을 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단순한 백인사회 우월주의에 대한 복수로
유색인종 우월주의가 되어선 안된다. 세계인이며 지구인의 공동체적 위기감을 인지하고 해
결하기 위한 노력일 뿐이다.
신문마다의 판박은 소리가 바로 정보통신이다. IT(Information Technology)로 대변되는 현
대사회의 가치는 과연 어떻게 창출되는 것일까? 어떻게 정보라는 것이 사회근간을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것이냐?
유통점으로 성공을 한 세븐일레븐은 고객의 정보를 파악하여, 무슨 요일에 어떤 상품이 더
많이 팔리는지, 마켓내의 소비자 구매특성을 분석하여 눈높이 가판대에 어떤 상품을 진열해
야 하는지, 비오는 날은 어떤 상품을 준비할 것인지 등은 분석하여 전략을 세웠다. 이러한
전략은 소비자에게 편하고 신선한 이미지를 심어줬고, 이를 기반으로 폭발적인 성공을 거뒀
다. 미국의 최고 렌트카 회사인 Hertz는 고객의 정보를 회사의 존립기반으로 한다. 자신을
한번 찾아온 고객의 정보는 모두 메인 컴퓨터에 저장된다. 보통 20-30분씩 걸리는 고객에
대한 정보조사와 차량의 선택에 필요한 시간이 사전 전화한통으로 모두 해결된다. 전화의
자동응답기에 자신의 이름과 몇 가지 정보만 입력해 두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렌트카가
와서 기다리고 있다. 사인만 하면 바로 차를 가지고 갈 수 있고 같은 방법으로 차를 반납하
면 된다.
과거 좋은 물건을 만들어 광고를 통해 많이 파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대량의 마케팅 기
법도 사라지고, 아주 특화된 특수소수층에 제각기 어필할 수 있는 일대일 마케팅 One to
one Marketing기법이 등장한다. 나만을 위한 서비스가 메인 컴퓨터에 의해 준비되고, 나는
나날이 컴퓨터에 의해 분석되고 감시된다.
기업의 평가는 기업인력간의 네트웍이 잘 구축되어있는가? 2000년 밀레니엄 버그에 대한
대책이 세워져 있는가가 포함된다. 부서간의 협조 없이, 또 인력간의 정보의 공유가 없이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미국내 정보통신기구인 IITA의 발표자료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의료보험에 필요한 의사보
다 의료보험의 서류를 처리하는 인력충원이 4배나 많다. 각 의료보험사 마다 보험양식이 틀
리고 보험금을 산출하는 방식이 틀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병원을 찾는 40%의 환자는 실지
로 병원에 오지 않아도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는 환자이며, 병원에서 진료된 환자기록의
30%가 유실되며, 그로 인한 재실험 및 진료결과의 활용도는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치
크다.
전자 정부가 실현되면 30%의 인력만으로 더 효율적인 정부역할을 할 수 있다. 적은 세금
으로 더 큰 복지를 수행할 수 있는 정부를 제시해야만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
위의 적은 예를 통해 정보의 가치를 다 설명하긴 힘들지만, 우선 눈에 띄는 몇 가지만 나
열한 것이다.
불과 두세기전 개화의 물결이 아시아를 휩쓸었을 때, 일본은 개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하여
지금까지 아시아 시장의 권력우선권을 잡고 있다. 어느새 문화의 기반이 취약한 일본이 우
월한 국가가 되었고(일본의 대표적인 예술품이 도예와 불상 그리고 많은 국보들은 한국에서
약탈되고 전이된 것이다), 민족적 자존심으로 꿋꿋하게 목을 세운 한국민족은 세계에서 2류
민족이 되었다. 언제부터 백인문화가 우월했나? 중세만 해도 유럽은 징기스칸의 침입후 아
시안에 대한 두려움과 중국의 중화문화에 선망하였으며, 중국은 세계최고의 문화민족으로
변함이 없었으며(17세기초만 해도 전반적인 경제군사적인 측면에서 동양이 서양보다 강대국
이였다), 한국도 중국의 영향을 받지만 중화문화에 흡수되지 않고, 독특한 문화특성을 유지
한 특수한 문화국이 였다. 물질문명의 조류속에 세계의 열방이 가려지고 종속이 가려지게
된 것이다.
지금은 정보가 기반이 되는 새로운 시대이다. 이제 정보혁명을 올바르게 이뤄내는데에 따
라 선진의 구분이 달라진다. 새시대의 새구조가 짜여지는 것이다. 아직 미국을 제외하고는
자기나라의 특성에 맞는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한 나라가 거의 없다. 대만의 신죽단지도 그
다지 성공적이지 않고 말레이지아의 MSC모델 역시 미완이다. 싱가폴은 항구/물류도시로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국가의 규모나 세계경제의 영향력은 그다지 크지 않다.
한국은 아시아 유일의 음운문자를 가지고, 독창적인 문화의 기반을 가진 참으로 가능성 큰
나라이다. 새로운 시대에 서서, 어떻게 정보와의 혁명을 올바로 이뤄내는가가 앞으로 펼쳐
질 새로운 세기에 있어서 일류민족이 되느냐 다시 종속의 역사길을 가느냐를 결정할 것이
다.
정보 패러다임의 중추는 정보와 기술에 있다. 그리고 그 매개체는 더 이상 기계나 물질이
아닌 인간에 있다. 정보와 기술을 담는 그릇은 오직 인간 뿐이다. 바로 인간이 다시 역사의
주인공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지난 세기 동안은 오일이 있는 나라가 부유했고 강대국이
며, 땅이 넓고 경제의 규모가 큰 나라가 세상을 지배해 왔지만, 이제는 우수한 인재를 가진
나라가 세상의 주인이 된다. 어떻게 인재를 키워내는가가 사회의 숙제이다. 인재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잘사는 길이다.
국가차원의 인재경영이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듯, 모든 존재의 근거는 인력에 있다. 앞으로의
정권창출의 바탕은 정보통신의 인재확보에 있을 것이다.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재선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역할은, 정보통신의 주체가 되었던 엘 고어 부통령에 있다고 본다. 현재
미국의 모든 정보통신 정책을 수립하는 IITF(Information Infrastructure Task Force)를 관
할하는 엘고어 부통령이 있기 때문에 클린턴의 "21세기를 위한 다리 The Bridge to the
21C"라는 대선 슬로건이 설득력 있었다. 한국도 역시 그러한 역할을 할 개인이나 단체가 반
드시 필요하다.
정보통신의 인재양성이야말로, 사회 영향력의 척도이며, 인재를 소유한 단체가 사회의 헤게
모니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이와같이 간단하게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 살펴보았다. 세상은 어떻게 변하느냐에 대한 질
문에, '인간이 세상을 깨달은 만큼' 이라는 대답을 해본다. 역시 마찬가지로 개인의 인생은
얼마나 광활한가라는 질문에 '자신을 깨달은 만큼'이라는 대답을 한다. 인간의 역사 속에서
점점 더 세상을 알아가고, 자신을 알아가고 있다. 패러다임은 그러한 변화에 있어서의 고비
Treshhold를 말하는 것이다. 이제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서론을 꺼내었다. 어떻게 변하는
것인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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