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역사적 관점에서 지금 우리가 서있는 시대를 정보패러다임이라는 용어를 통해
분석해 보았다. 그러면 정보패러다임이란 우리의 실생활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며,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다시 살펴본다.
사회가치의 변화
- 정보를 가진 인간의 가치, 이원화된 논리, 인간을 지배하다.
뉴턴의 물리학적 과학관이 서양 이데올로기의 근본이다. 뉴턴 이전의 시대는 자연에 순응
하고, 복종하는 인간관을 상상할 수 있다. 뉴턴의 과학관으로 인해 인간은 자연을 분석하
고, 예측하여 지배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자연을 정복하고 세계를 정복해 왔다.
이처럼 자연을 단순히 잘라 분석하고 관찰하는 데에는 전체적인, 또는 온전함의 생명력을
잃게된다. 즉 자연을 지배하고 파괴하는 만큼 인간이 더 우월하고 잘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우리의 모태이며 생명의 젖줄인 것이, 뉴턴식 과학관의 한계이다. 지금의 한반도의
상황도 그러하다 찢어진 젖붙이 북한이 잘 못되면, 우리가 더 잘되어 보이고, 우리가 잘 못
되면 북한이 더 좋은 듯한 그런 냉전적 논리로는 더 이상 현시대의 해법이 되지 못한다. 괜
히 일본이 다른 나라와 축구시합에 져야 속이 시원한 것은 현실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우리
에게 되지 못하며,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시대가 지났다. 주위의 친구와 동료가 잘되
어야만 나를 둘러싼 주의 모든 환경이 개선되어, 궁극적으로 내게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함께 나눌수록 큰 사회의 개념은 마치 컴퓨터 속의 데이터와도 같은 개념이다, 이전 물리
적 한계의 사고에서는 하나의 사과를 둘이 먹으면 반씩 나누게 되고, 넷이 먹으면 사분지
일의 양만큼 차지하게 됨으로, 내가 많이 차지하기 위해 상대의 것을 뺏어야 하지만(식민지
의 대륙쟁탈원리가 그렇다), 정보패러다임 사회의 개념은 변화되었다.
컴퓨터 속의 데이터처럼 아무리 복사를 해서 써도 원래의 데이터에 손상은 없다. 오히려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활용하여 생활에 도움이 될수록, 데이터의 가치는 빛나게 된다. 가치
생산의 기준이 틀려졌다. 뺏고 빼앗기는 가치가 아니라, 나눔으로 배가되는 가치의 시대가
오는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뉴턴적 사고방식이 지배하는 시대가 아니다. 냉전의 시대가 끝나고 모성의
화합의 시대가 왔다. 그에 걸맞는 생활철학이 필요하다.
서양문화에 대한 무비판적인 수용이 위험한 것은 위와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다. 괴테는 이
미 18세에 뉴턴의 기계론적 과학관의 한계를 직감했고 이에 반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
려 했다. 개체를 자르고 분석하는 뉴턴의 과학관에 비하여, 괴테의 과학방법은 자연의 부분
부분이 어떻게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는가를 보여주며, 자연의 활동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믿
었다. 우뇌와 좌뇌의 역할을 잘라서 설명하고 이해하려 하지만, 실지로 가장 큰 지혜와 지성
의 힘은 우뇌와 좌뇌의 결합에서 이뤄지는 시너지 효과에 있다고 본다. 마치 한 다리만으로는 몇 걸음 가지 못하나, 두 다리가 있음으로 하루종일 걸을 수 있는, 생명은 1+1이 반드시 2가 아닌 원리의 근본을 재고해야 한다. 이미 괴테와 뉴턴의 방법론엔 근대 과학철학의 쟁점인 개체주의와 전체론의 문제가 반영되고 있다.
서양이 세상을 지배하고 풀어온 이데올로기의 한계를 이러한 측면에서 재기한다. 과거 이
천년전 예수가 세상이 오실 때, 지중해를 중심으로 펼쳐진 세계사의 중심은 점차 유럽대륙
으로 그리고 러시아를 기독교의 바탕을 따라 흩어진다. 이제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여 유럽
과 미대륙을 중심으로 펼쳐진 대서양의 세계사가, 태평양의 문화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기
독교의 흐름이 세계사의 헤게모니의 중심이 되는 바는 연구해볼 바인 듯 한다. 기독교가 어
떻게 국가통치원리로 사용되어 왔는지, 또 개개인의 실체적 신앙으로 어떻게 작용을 했는지,
그 역할과 부작용을 잘 분석해 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
세계적으로 새로운 철학의 뿌리를 찾는 움직임이 분분하다. 특히나 동양과 인도에서 그 근
원을 찾아보려는 노력이 많이 이뤄졌다. 이 새로운 시대를 이끌 새로운 이데올로기와 새로
운 철학, 새로운 미학이 요구되고 있다.
자 우리는 무슨 준비를 해야 하는가? 우리가 갖은 것은 무엇이며, 우리에게 없는 것은 무
엇인가?
- 멀티미디어란? Multimedia
변화의 중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현대 매체이다. 종이매체와 인쇄법의 발명이
문화혁명의 시발점이 된 이후로, 매체는 통치권력과 맞물려 인간의 정신문화를 이끌고, 대변
하고, 또 조작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다들 이 시대는 멀티미디어의 시대라고 한다.
멀티미디어의 시대란 무엇인가? 멀티미디어란 무엇인가?
문화를 인간정신의 표현이라고 한다면 미디어 즉 매체는 그러한 문화를 담는 그릇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으로, 인간정신이 바뀌는 대로 매체의 형태도 바뀌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
다. 마치 물의 형태가 온도와 압력에 따라 바뀌듯이, 인간의 정신과 문화와 매체가 바뀌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따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처음 종이가 생겨나면서 문화의 형태가 얼마나 바뀌었을까? 또 TV가 생겨나면서 문화와
생활의 모든 형태가 많은 탈바꿈을 하였다. 또는 역으로 문화가 발전하고 변형되면서 그에
걸맞는 매체를 필요로 했고, 그 필요에 근거한 기술이 새로운 매체를 탄생시켰다 볼 수 있
다.
이제는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문화의 형태가 바뀌고 있음으로 매체
역시 바뀐다. 새로운 매체를 우리는 지금 애매하게 멀티미디어라고 부르는 것이다. 멀티미디
어란 말뜻 자체가 단지, 복합매체란 뜻이지 어떠한 특정 미디어를 칭하는 것이 아니다. 매체
가 복합된다는 현상 이면에는 문화가 복합된다는 추정을 할 수 있다. 신문, 라디오, TV, 잡
지라는 4대 매체의 틀 속에 갖쳐있던 문화가 그 틀을 뛰어넘기 시작했다. 문화, 예술, 생활,
교육 따위의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있던 문화의 형태가 그 굴레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러
한 문화형태의 표현이 멀티미디어로 나타난 것이다.
멀티미디어란 단지 첨단의 컴퓨터 매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멀티미디어란 새로운 문화
의 형태, 새로운 인간정신의 발현을 말해주는 것이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새로운 패러
다임의 시대이다. 인간의 이데올로기가 바뀌는 시대, 그래서 그를 표현할 새로운 매체의 등
장은 필연적인 과정이다.
멀티미디어라면 'TV도 아니고 컴퓨터도 아닌 뭔가의 기괴한 똑똑한 것'을 상상하거나, 또
는 'TV광고에 의하면 굉장히 쉽고 유용하다고 하지만 나한테 해당되는 것은 아닌' 뭐 그런
것들을 상상하지만, 이 멀티미디어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아마도 지금껏 개발된
살상무기를 통털은 것을 능가하는 새로운 것이라고 본다.
멀티미디어를 설명하기 위해 TV를 비교해보자. TV가 생겨나면서 국가의 지역적 틀을 벗
어나는 새로운 헤게모니의 주인이 생겼다. 전세계를 제패한 코카콜라나 나이키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다. 바로 TV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TV전파를 통해 그들은 그들의 이미지를
세계인에게 폭격했고, 세계인은 모두 세뇌되었다(또는 개개의 정신의 사망하였다). 코카콜라
의 이미지를 사기 위해 세계인은 주머니를 턴다. (문화종속이론이니 하는 따위의 현상이다.)
또 TV와 권력은 이제 뗄 수 없는 밀월관계이다. 박정희 정권의 쿠데타가 있기 위한 과정에
첫 번째 목표는 방송국 이였듯이, 방송은 국민정서와 의식을 조정한다. 자세히 보면 방송은
절대로 국가권력에 의한 도전을 할 수 없다. 그것은 구조적으로 그렇게 되어있다. 세상에서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 중의 하나가 바로 방송이 주가된 사회개혁이라 본다. 물론 방송
은 범죄나 도덕의식을 자극하는 숱한 프로그램을 통해 깨끗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열심히 하지만, 정말이지 커다란 검은 손에 대해서는, 손댈 수 없는 구조적인 모순이
있다. 여튼 TV의 등장은 문화전쟁의 기반이 되었고, 대중문화라는 새로운 문화현상을 창출
해 내었다. 또 교육의 매체로서 이바지한 공이 크다.
그러면 멀티미디어란 과연 어떠하길래 그다지 큰 영향을 가질 수 있겠는가? 멀티미디어의
가장 큰 특징은 인터렉티비티(상호작용 Interactivity) 기능에 있다. 어릴 때 TV를 보면서
궁금해하던 기억이 난다. TV속의 주인공도 나를 보고 있을까? 꼭 그렇다고 생각해서 TV앞
에 눕지도 않고 얌전히 있었는데 점점 커 가면서, 바보상자 TV의 실상을 알아버렸다. 만약
에 자기를 쳐다보고 그에 따라 대화도 하고, 반응도 하는 그러한 TV가 있다면 어떨까? 얼
마나 많은 재미있는 일이 생겨날까? 멀티미디어란 바로 그러한 기능을 한다. 지금까지 매체
가 단방향의 정보전달 기능만을 하였는데 반해, 멀티미디어란 새로운 매체는 양방향의 정보
전달 기능을 가능케 한다. 물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인터렉티비티를 전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사람과 같은 흉내를 내는 컴퓨터와 사이의 반응이 주가 될 것이다. 실감이 나지
않지만 이러한 기능이 틀림없이 사회와 문화를 송두리째 뒤바꾸게 된다.
양방향이란 특성으로 인해서 학교도, 백화점도, 회사도 모두 사라진다면 정말 대단한 사회
의 변혁이 아닐 수 없다. 집안에서 잘 프로그램화된 가상의 선생님을 통해 학생들은 인격적
이고 효율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자기 개개인의 특성에 꼭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컴퓨
터가 제공한다. 학생은 자연스럽게 컴퓨터와 대화하고 문제풀이를 게임처럼 하는 과정에서
어느새 자신의 특성을 파악한 메인컴퓨터에 의해 자기에게 최적화된 교육과정을 제공받는
다. 또 쇼핑도 어렵게 시간 내서 나갈 필요가 없다. 전국 또는 전세계를 동시에 비교검색해
서 가장 저렴하고 값싼 상품을 제시한다. 손끝으로 또는 음성으로 주문만 하면 된다.
또하나의 멀티미디어의 큰 특성은 바로 문화의 통합된 기능이다. 이제 교육과 오락이 더
이상 따로 떨어진 상반된 개념이 아니다. 어른들은 이미 가정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자
녀들이 오락을 하는지 공부를 하는지 알아채기 힘들게 되었다. 오락의 흥미를 교육에 접목
시킨다면 가장 바람직한 매체가 될 것이다. 이미 많은 부분이 진행되고 있다. 전략 시뮬레이
션 게임은 가상의 나라를 다스리며 전쟁준비도 하면서 경제와 통합의 논리를 배우며, 그 당
시의 역사적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그 외에 단순반복이 필요한 어학교재의 역할로는 더 없
이 적당한 매체가 된다.
통합되는 문화로는 레져와 업무와 교육이 하나가 되기도 하고, 새로운 예술의 경향으로는
기술과 미학이 어우러져, 전혀 새로운 인간정신의 존엄성을 표현하기도 한다.
새로운 미디어-멀티미디어의 힘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의 중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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